거리에서 숨 쉬는 풍경을 조용히 캔버스에 담는 작가가 있다. 경상대학교 정형외과 조세현 교수다. 그는 생동감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길 즐긴다. 인물의 살아있는 표정과 몸짓 역시 좋은 소재가 된다. 그렇기에 영감이 닿는 풍경 혹은 사람 곁에 그와 그의 붓이 있고, 붓이 가는 곳에 그의 작품이 탄생한다.
Q.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발단은요?
A: 고교시절 은사이셨던 김호걸 선생님의 작품에 매료되어 호감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학입시 준비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지요. 의예과 1학년을 입학하자 김호걸 화백의 화실에 나가 데생부터 배웠습니다. 그때가 1973년이었으니 금년이 그림을 시작한지 37년이 되었네요. 본격적인 그림 작업은 경상대학교 전임강사로 발령을 받은 1985년부터이며, 1992년 프랑스 유학시절 그림 작업이 약간 가능했습니다. 최근 2년 전부터는 김호걸 화백님의 롯데 백화점 문화센터 누드교실과 한국 풍경화가회에 참여하면서 열심히 작업하게 됐습니다.
Q.불가리아에서의 거리에서 작업하시는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거리에서 작업하시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A: 저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대상을 직접 대하면서 그립니다. 인물화에는 모델이 필요하고, 풍경화는 자연에 나가 직접 그리죠. 사진이나 남의 그림을 보고 화실에서 앉아 그리면 편할지는 모르지만, 대상이 활발히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을 보면 대상을 직접 보고 그렸는지, 사진을 보고 그렸는지를 대강 구별할 수 있습니다. 고흐도 작렬하는 남프랑스의 태양 아래에서 직접 자연을 그리다가 백내장에 걸렸고, 또 그로인해 정신병이 나타나 권총자살을 했습니다. 그만큼 죽도록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백내장이 걸릴 정도로 장시간 태양 아래서 그림을 그릴 시간은 없습니다만, 주로 해외 학회기간 중 잠시 시간을 내서 야외 스케치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Q.불가리아에서의 이야기 좀 해주세요.
A: 불가리아는 금년 2010년 5월 처음 방문했습니다. 전에 갔던 헝가리 Budapest, Debrecen, 루마니아 Yasi, Bucarest 등에 비하여 기후가 신선하고 공해가 없었습니다. 수도 Sofia는 숲을 많이 가지고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또 도심 한가운데서 그림을 그리는데도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구경하는 사람들이 고마웠습니다. 예술 활동은 특정대상을 보는 순간 아름답다는 감정을 떠올릴 수 있어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매일 접하는 주변 풍경은 너무 익숙해 그런 감정이 무뎌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접하는 신선한 풍경이나 인물들이 작품의 좋은 오브제가 됩니다. 해외여행 중 부피가 큰 유화 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겠지요.
Q.‘예술과 의술의 만.남.’ 출품작 ‘녹색이 있는 압구정동’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A: 이 그림은 압구정동에 있는 친구 사무실 4층 창문으로 내다본 풍경을 그린 것입니다. 지붕과 굴뚝, 그리고 유리창과 건물의 높이가 다양한 풍경을 원근감과 함께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저는 단순한 대상보다는 조금 복잡한 구조의 대상을 좋아합니다. 일부 대상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생략하여 단순화 시키는 작업 또한 즐깁니다. 대부분 인상파 그림들이 그렇듯 말입니다.
Q.작품에서 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작품에 나타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은 어떻게 표현하신 건가요?
A: 사실 이 그림은 제가 1992년 파리에서 정형외과 연수를 받던 중 고층에서 파리의 지붕들을 내려다보고 그렸던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한 것입니다. 파리의 건물들은 높이와 모양, 색체가 비슷한 지붕과 굴뚝들이 반복되어 나란히 배치돼 있습니다. 서울의 지붕은 무질서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보여주어 무질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의 배경은 잔설이 남아있는 이른 봄 풍경인데, 붉은 벽돌색이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저의 마음과 섞여 그렇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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