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K-pop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한류가 시작됐다. 지금의 K-pop은 문화 장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음악으로 발전 중이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아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작년 8월에는 미국 빌보드에 K-pop 차트가 신설됐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K-pop 콘서트가 열렸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 미디어에서는 K-pop 동영상이 연일 화제를 몰았다. K-pop이 짧은 시간에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 박인범 교수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K-pop, 세계 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다

K-pop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문화콘텐츠다. 박인범 교수는 K-pop 성공 요인에 대해 “K-pop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는 전문 기획사, 콘텐츠, 미디어 등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K-pop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은 기획사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다. 전문 기획사는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인재 발굴에 주력해 왔다. 트레이닝 단계에서부터 창작 단계(작곡, 작사, 편곡, 안무)까지 분야별로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참여시킨다. 심층적인 프로듀싱 작업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해외 현지의 유력 기획사, 음반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한국의 기획사는 지금껏 이러한 제작 시스템으로 K-pop 가수들을 육성해 왔다.

두 번째로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외국인들이 보는 K-pop의 매력 중 가장 뛰어난 부분은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라고 한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파워풀하며 절도 있는 댄스는 해외 가수들조차 흉내 내기 힘든 수준이다. 특히 혼자가 아닌 그룹의 군무가 이루어져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박인범 교수는 “K-pop 가수들은 기획사의 글로벌 전략에 힘입어 현지 언어 습득능력을 갖췄다. 때로는 그룹 내에 외국인 멤버를 영입해 각국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작곡가와 안무가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을 인정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로 뉴미디어 전략이다. K-pop은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능동적 성향의 수용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됐다. 많은 팬들이 음악을 듣고 수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K-pop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영상을 올린다. 또는 K-pop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재해석하는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는 또 다른 생산자가 된다. 디지털 위성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방송권역에 들어온 영향도 크다. KBS ‘뮤직뱅크’가 세계 73개국에 생방송된다. 이로 인해 K-pop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금껏 세계 음악의 트렌드는 영미권이 주도해 왔다. 초기 K-pop은 세계 음악 트렌드를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박인범 교수는 “K-pop은 세계의 전문 프로듀서 손에서 탄생한다. 힙합과 R&B, 일렉트로닉 등 세계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K-pop은 다른 나라의 대중음악보다 월등한 상품성을 보여주며 한국 음악의 동양적인 색깔을 표현해 낸다. 그 결과 대중들의 소비심리를 이끌어 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한 걸음 앞으로

K-pop 소비 국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K-pop 주요 소비자인 10∼20대는 자국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연령층이라 향후 시장 확장의 잠재력도 크다. 하지만 최근 K-pop의 수명이 앞으로 2∼4년 안팎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인범 교수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K-pop이 아이돌과 댄스 음악으로 편중되어 있다. 그간 K-pop이 장르의 획일화, 상품성과 비즈니스만을 내세운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익창출이 주 목적인 기획사에서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실험적 시도를 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백은 전문교육기관인 예술대학에서 채워져야 한다. 기본기와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핵심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에서는 K-pop 인재들이 획일화된 장르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도록 육성해야 한다.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춤과 노래, 비주얼 뿐 아니라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전문교육기관의 노력이 수반된다면 K-pop의 지속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K-pop 인재들을 양성하는 예술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의 데뷔 시기가 늦어지는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입시 및 선발 단계에서부터 학생의 잠재적 재능을 고려해야 한다. 박인범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 후 기획사에 순조롭게 캐스팅될 수 있도록 학교와 기획사 간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학교와 기업, 국가가 머리를 맞대 새로운 비전을 세운다면 K-pop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내실 있는 교육으로 K-pop 인재 양성해야

백제예술대학교는 예술에 특화된 종합대학으로 세분화, 다양화된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대한민국 예술대학의 선두주자로 방송·연예분야의 다양한 예술인들을 배출해 왔다.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는 무대실습, 음반제작, 악기실습 등의 수업을 다양하게 진행한다. K-pop 관련 다양한 문화예술영역의 전문 교수진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인범 교수는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신(新) 한류’ 열풍에 힘입어 K-pop 보컬 전공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K-pop 학과로서 차세대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인재들을 양성, 배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는 K-pop 보컬 외에 싱어송라이터, 뮤직 테크놀로지 등 3가지 세부 전공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전공은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트레이닝을 위해 실습 위주의 수업들로 채워진다. 대형 기획사의 커리큘럼보다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음악은 감성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분야다. 박인범 교수는 학생 간, 사제 간 화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는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혼자 음악을 하기 보다는 서로 배려하고 협동해 하모니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화합과 인내로 하나 된 무대를 만드는 수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범 교수는 기억에 남는 제자로 그룹 ‘데미온’의 멤버 강태양(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 K-pop 보컬 전공, 2013년 졸업)을 꼽았다. 박인범 교수는 강태양에 대해 “학과 내 교과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K-pop 스타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 학생”이라고 평했다. 그는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 커리큘럼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와 가창력 중심의 무대 실습이다. 2년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아이돌 그룹 ‘데미온’의 리더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박인범 교수는 “강태양 군의 선전은 2011년 미디어음악과 K-pop 보컬 전공이 신설된 것에 비해 매우 빠른 성과”라며 “이후 K-pop 열풍을 주도하는 여러 스타가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에서 배출되리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노오란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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