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병창이란 연주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며 창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야금병창은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오던 것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장르다. ‘판소리에서 파생됐다’, ‘가야금이 뿌리다’ 등 가야금병창 유래에 대한 말들이 많다. 지금은 가야금병창 전수관이 생겨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가야금병창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전현정은 가야금병창에 대해 애정 어린 목소리로 설명해 나갔다.

“내게 가야금병창은 심장과도 같아요.”

전현정은 호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가야금병창을 가르쳤고 현재는 국립전통예술학교, 진도국악고등학교에 출강 중이다. 최근에는 KBS ‘국악 한마당’에서 가야금병창과 거문고병창이 함께 연주하는 ‘민속 연례곡’을 선보였다. 지난 9월에는 ‘의정부 국제 가야금축제’ 무대에 올라 가야금병창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그녀는 젊은 나이지만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 대학원 ‘가야금병창 1호’ 졸업생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가 1호 졸업생이라 수업을 혼자 듣는 경우가 많아 심심했어요”라고 투덜거리며 갓 대학원을 졸업한 학생의 풋풋한 모습을 내비쳤다.

전현정은 맨 처음 판소리로 국악에 입문했다. 판소리를 하다 우연히 판소리와 가야금을 병행하는 가야금병창을 접하게 됐다. 그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가야금병창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가야금과 판소리를 다 공부해야 해서 더 힘들지만 관객에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녀에게 돌연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가야금을 만질 수 없었다. 방황하다 국악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웅얼웅얼 따라 부르던 자신을 발견했다. 그 뒤 용기를 내 다시 가야금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 다시 살아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연애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녀는 대학원 졸업 후 출강과 공연으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지치는 일상 속에서 국악으로 활기와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녀는 “가야금병창은 내 심장과도 같아요. 연주를 할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려요”라고 말했다.

허스키한 가야금 병창, 나만의 매력

전현정은 가야금병창을 할 때 목소리가 허스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보통 허스키한 목소리는 낮은음은 잘 내지만 높은음은 잘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감칠맛 나는 소리는 가야금 병창을 할 때 매력이 배가된다.

“많은 분들이 내게 허스키한 목소리로 높은음을 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해요. 선생님들이 ‘덜미목’(판소리 창자가 소리를 낼 때 뱃속부터 발끝까지 울릴 수 있도록 발성하는 창법)을 터득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그녀는 26살의 당찬 패기로 말했다. 그녀는 “국악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족 아이들에게 국악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의 고향이 전라도라 광주에 국악 배움터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국악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는 그녀는 젊지만 국악인으로서의 사명감이 남달라 보였다.

국악은 많은 사람이 낯설고 어려워하는 장르다. 공연을 보러 가서도 함께 즐기지 못하고 딱딱한 분위기일 때가 많다. 그녀가 “그런 분위기를 타파해보려고 레크리에이션, 웃음치료사 자격증도 땄어요”라고 신나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신세대 국악인다웠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닐까.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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