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마법’에 걸린다. 생리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때론 심신의 고통을 수반한다. 중요한 일정과 생리가 겹치면 신경 쓰이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불안한 사랑을 해야 한다. 이때 여성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피임약 복용이다.

피임약은 1956년 발명돼 50년이 넘는 발전을 거쳐 왔다. 피임약은 본래 목적인 피임뿐 아니라 생리주기 변경, 월경 전 증후군 완화에도 유용하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피임약 복용률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피임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공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곧 ‘환갑’인 피임약, 결코 위험하지 않아요

여성들이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이유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피임약을 먹으면 살이 찌고 여드름이 생긴다’, ‘여성암을 유발한다’, ‘나중에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속설도 한몫한다.

피임약이 체중을 증가시키고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과거의 피임약은 ‘합성 황체호르몬’ 성분을 사용했다. ‘합성 황체호르몬’은 체내 수분과 나트륨의 배출을 막아 부종과 여드름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합성 황체호르몬’ 대신 ‘드로스피레논’ 성분을 함유한 피임약이 많다. ‘드로스피레논’은 생체 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성분이다. 체내 남성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해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지루성 피부를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성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피임약이 유방암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1975년 이전에는 에스트로젠 함량이 높은 피임약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유방암 발병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피임약이 개선을 거치면서 에스트로젠 함량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로는 피임약을 10년 이상 복용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방의 양성 종양 발생빈도는 오히려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게서 감소한다. 피임약을 5개월 이상 복용할 경우 난소암 발병 확률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피임약을 장기간 먹으면 임신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보다는 피임약을 오래 복용한 여성이 그 기간만큼 나이가 들고 임신 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여성의 가임 능력이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며 “가족계획 시에도 이런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벽 수비’ 위해서는 복용법 지켜야

건강한 성(性)을 위해서는 피임약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거두고 실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피임약은 함유된 호르몬의 성분과 함량에 따라 약국에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피임약 종류에 따라 여드름이나 월경 전 증후군 등을 개선하는 부가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피임약의 특징이나 복용법 등을 잘 모를 때는 산부인과에 내원할 것을 권장한다. 이 경우 정확한 처방과 자세한 복약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피임약 복용법을 잘 모른 채 임의대로 복용하면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피임약 복용법을 지키면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피임약을 처음 먹는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고 복용법을 교육받는 것이 좋다.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혈전 예방 등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피임약으로 생리를 지연시키려면 최소한 생리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생리를 늦추고자 하는 날까지 하루 1알씩 정해진 시간에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2~5일 후 생리가 시작된다. 반드시 매일 잊지 않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 지연과 함께 피임 효과까지 원한다면 앞선 생리 시작일부터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피임약은 생리 시작 첫날부터 복용해야 99% 이상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리주기 중간부터 피임약을 복용한다면 다른 피임법과 병행해야 안전하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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