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두결한장’(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프레스콜이 10월 2일 오후 3시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장면시연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시연에는 정동화, 박성훈, 오의식, 강정우, 차수연, 손지윤, 리안나, 김효숙, 이갑선, 김대종, 이이림, 구도균, 이정수 배우가 열연했다. ‘레인보우바’, ‘마주보고 사는 세 남녀’, ‘티나의 야채가게’, ‘G-boys, 입양축하파티’, ‘난리법석’, ‘병원’, ‘결혼식’ 장면을 선보였다. 총감독을 맡은 김조광수, 극작과 각색에 추민주, 연출 김태형이 함께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극영화 ‘아트레온상’을 수상했다. 만화가 박희정에 의해 퀴어로맨스만화 ‘두결한장’을 그려내며 이후 독립영화 제작까지 이뤄졌다. 작품은 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실크 스크린 필름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원작 감독인 김조광수가 총 감독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 ‘두결한장’은 시나리오만으로 웹툰과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이 되었다. 이번 공연의 소감은?

김조광수: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 이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소개되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영화 외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다른 관객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박희정 작가가 만화로 만들었을 때 너무 기뻤다. 다시 여러분들이 공연으로 만들어주셔서 저는 여한이 없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한국의 동성애자들의 삶에 대해서 공감했으면 좋겠다. 대사 속 말 처럼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이성애자들 중심에서 불편할 뿐이다. 이 점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흥겹고 감동적인 공연이기에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음악극이란 생소한 장르를 선택한 이유?

김태형: 공연 안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티나’와 ‘민수’의 감정, 게이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과정을 음악으로 묶어 보자 했다.

김조광수: 단편에서 실험을 해봤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였다. 해보고 싶었지만 연출력이 안 되서 못했다. 아쉬웠는데 공연에서 두 분이 워낙 연출을 잘하시다보니 음악이 많은 공연이 되었다. 제가 해보지 못한 부분이여서 관객의 입장에서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다.

- 관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김태형: 영화를 봤을 때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게이들, 레즈비언들의 사랑이야기가 이성애자들과 다를 게 없이 설렘과 두근거림이 있었다. 공연을 만들면서 사랑이란 무엇이고 본질은 무엇인가. 연인, 가족, 친구들 간의 사랑은 어떤 것인가.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저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사는구나. 자신을 숨기고 비겁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민수’라는 캐릭터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주위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보자 하는 마음이다.

-작품에 임한 소감은?

정동화: 쓰릴미에서 뽀뽀를 당하는 게 많았다. 굉장히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그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민수’란 캐릭터가 까칠하게 보이지만 유약하고 비겁하다. ‘티나’를 만나면서 껍질을 깨고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이라 처음에는 까칠하게만 하면 별로 와 닿지 않아보였다. 다행히 박성훈 배우가 많이 도와줘서 즐겁게 공연을 올렸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봐서 기분이 좋았다.

강정우: 전작에서 연기는 남성성이 많았다. 이 작품에서 제가 살면서 어려웠던 점은 답을 찾아가는 거였다. 남들보다 결정하는 것이 느려서 아직까지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헷갈린다. 여러 가지 성향이 있다. 지금 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던 여성성을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웠던 부분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티나’처럼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여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즐겁게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티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느낌인지 알아가고 있다.

- 영화 외적인 관객을 만나고 싶은 이유는?

김조광수: 다양한 장르로 다양한 관객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뮤지컬을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닌다. 제가 봤을 때 영화와 뮤지컬, 연극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관객들은 영화만 보고 공연을 안보는 관객도 많더라. 공연은 좋아해도 영화를 안보는 관객도 있었다. 관객들의 성향이 있다고 느꼈고 현실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동성애 소재 콘텐츠를 좋아해주시는 관객들이 많은 장르를 고민했을 때 만화, 뮤지컬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두 가지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음악극 장르는 20-30대 여성 관객이 많다. 특정문화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관객층에 공감을 생각 했나

김조광수: 대만 영화제에 갔다 오는 길이였다. 폐막작으로 ‘두결한장’(두 번의 결혼식과 한 장의 장례식)이 상영되었다. 대만 관객들이 정말 좋아했다. ‘퀴어’ 영화지만 어둡지 않아서 좋다고 하더라. 한국에서 음악극으로 공연 중 이라고 얘기하니 꼭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잘되면 대만에서도 공연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총 감독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나

김조광수: 총감독 타이틀이 이번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처음 출발할 때 공연을 만들었으면 했다. 이 공연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저도 같이 작품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공연을 했던 경험이 없어서 많은 역할을 하지 않고 초기에 극본 만들 때 작가, 연출, 프로듀서 분들과 초기 역할을 했다. 사실 캐스팅 이후 연습 할 때는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다. 총감독이란 직함은 부끄럽다.

추민주: 총감독은 MT에 참여를 많이 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생기는 질문들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다. 주고받는 대화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 티나의 죽음부분이 달라졌다. 중요한 부분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

추민주: 영화와 다르게 해보겠다는 작가적 욕심이다. 제 욕심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길 바랐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잘 되어가고 있나 의문이 들었을 때 김태형 연출님이 연출컨펌이 될 때까지 글을 쓰게 해 극작가로 거듭나는 시간들이었다.

- 김대종 배우는 감초역할이 많았는데 임하는 소감은?

평소 감초역할을 많이 했지만 여기서는 이정수, 구동균 배우들이 있다. 이 사이에서 제가 평범해 보여서 일반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재미보다는 진지함, 민수의 커밍아웃을 몰고 가는 진지한 역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웃기지 않겠다. 이 배우들을 뚫고 웃길 수가 없다. 여장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반칙이다.

- 한국사회에서 게이에 대한 입장과 입지는 어떨까

한국사회에서 게이가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대부분 아신다. 저희 어머니도 제가 커밍아웃 했을 때 ‘너 앞으로 불쌍해서 어떻게 사니’라고 이야기 하셨다. ‘나 불쌍하지 않다. 나 행복하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호모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이야기 하셨다. 이 것이 10년 전인데 지금과 비교해보면 많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홍석천씨가 커밍아웃 하면서 한국사회가 게이의 존재를 폭넓게 알리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여러 가지 영화, 드라마들이 있었다. 동성애 인권운동도 한국사회에서 20년간 계속되었다. 인권 선진국에 비해서 게이로 사는 자체가 어렵고 힘들지만 저는 그 이전하고 비교했을 때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작년에 공개적으로 결혼식 한 이후에도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났다. 이상 한 눈으로 힐끔거리거나 손가락질 하는 사람을 만난 적 없다. 앞으로 한국사회는 다른 나라 보다 훨씬 변화의 속도가 빠를 것 같다. 그런 변화의 중심에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인권운동이 차지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많은 국민들을 쉽게 설득하는 것은 콘텐츠가 가지는 힘이 있지 않나 싶다. 조금 더 쉽게 접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공연하는 사람들이 다양성에 대해 성정체성의 다양성, 인종의 다양성들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 김조광수 감독님 외에 게이가 있나

영화를 만들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다들 너무 연기를 잘해서 이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제가 봐서는 연기를 잘 해서 나온 질문 같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원작의 감독인 김조광수가 총감독을 맡으며 뮤지컬 ‘빨래’, 연극 ‘나쁜자석’, 연극 ‘클로저’의 극작/연출가 추민주가 각색과 극작을 맡았다. ‘히스토리보이즈’, ‘모범생들’, ‘옥탑방고양이’의 연출가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정동화, 박성훈, 오의식, 강정우, 차수연, 손지윤, 리안나, 김효숙, 이갑선, 김대종, 이이림, 우상욱, 구도균, 이정수 등이 출연한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FC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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