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예술감독 강수진이 12월 18일 오후 서울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여했다.

강수진은 최태지 예술감독에 이어 부임한다. 전임자인 최태지 예술감독은 최연소, 최장수로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직을 맡아오며 한국 발레의 대중화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최태지 예술감독의 활약 이후라 강수진 예술감독의 부임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강수진은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다. 모나코 국립발레학교를 졸업한 후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 나이로 입단했다. 현재 4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단장직은 그녀가 32년 만에 갖는 국내 복귀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강수진은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유쾌하게 기자간담회를 이끌었다. 예술감독직을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는 말로 시작을 열었다. 그녀는 “그때는 제가 활발히 활동하는 발레리나라 시간상 안 될 것 같았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느낌도 아니었다. 이번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다. 그래서 빨리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술감독을 맡은 이유는 ‘하나’라고 단단히 말했다. 강수진은 “한국 발레계와 국립발레단의 수준이 예전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발전됐다. 예술감독으로 국립발레단에 주고 싶은 것은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수진 예술감독은 내년 2월 귀국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미리 잡혀 있던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발레단 공연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예술감독직을 맡은 후에도 무용수로서의 활동은 계속 이어나간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강수진 예술감독은 팀워크와 무용수를 매우 강조했다. 그녀는 “어딜 가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무용수 하나하나가 빛을 내면 큰 빛이 된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그러한 발레단이다. 무용수마다 빛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사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스태프들도 하나 되는 국립발레단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좋은 발레단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뭐든지 준비하는 과정이 있다. 운영하려면 5년은 돼야 스타일이 나온다. 지금 저의 계약은 3년이다. 내일 당장 빛나는 발레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다. 한 명 한 명 무용수들을 빛나게 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다. ‘스텝 바이 스텝’하는 저희들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강수진은 어제 한국에 도착해 미리 국립발레단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았다.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받아온 업무 보고에 대해 ‘재밌었다’는 긍정적인 첫 느낌을 전했다. 강수진은 “연습만 하면 나아질 것 같다. 어제 하루 동안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겁은 안 났다.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며 “행정은 해본 분야가 아니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나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받아들였다. 또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굉장히 잘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어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의 리허설을 본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강수진은 “잘한다. 이동훈-이은원 등의 주역부터 아역까지 감명 깊게 봤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을 봤다. 어제 보면서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보였다. 개발하면 더 많이 빛날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향후 국립발레단의 작품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준비가 돼 있을 때 말하겠다”며 “머릿속으로는 구상돼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양해를 구하겠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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