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선과 악이 공존할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줬다. 빛은 어둠이 있기에 더 찬란하다. 백조는 흑조와 함께하기에 그의 순수함이 가슴 시리게 애달프다. ‘백조의 호수’는 단순한 클래식 발레가 아닌 탄탄한 ‘드라마’를 갖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드라마와 안무를 훌륭하게 조화시켜 극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Ballet is Beauty!’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무대를 펼친다. ‘백조의 호수’는 그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 주역무용수들의 팔색조 매력과 남아공, 일본 등의 월드투어 등을 통해 인정받은 군무 실력을 선보였다.

비극이기에 더 아름다운 날갯짓

한 마리 한 마리의 백조는 무대 위에 꽃처럼 수 놓인다. 왕자가 나타나자 꽃잎이 열리며 백조 오데트는 일어선다. 흑조 오딜에게 사랑을 맹세해버린 왕자 때문에 백조 오데트는 온몸에 유리가 박힌 것처럼 아파한다. 몸에서 슬픔이 후두두 떨어지는 듯, 오데트는 가냘프게 떨며 왕자 지그프리드에게 몸을 기댄다.

오데트의 날갯짓은 동작만으로도 상상의 날개를 그려낸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움직임은 곧 날아오를 듯 가볍다. 오데트의 날갯짓은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다. 오데트 역을 맡은 팡 멩잉은 등에서부터 물결처럼 흐르는 팔 동작으로 ‘백조’와 ‘슬픔의 감성’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눈동자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흑과 백의 향기

‘악’이기에 흑조 오딜은 참을 수 없이 매혹적이다. 오딜은 화려한 기교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안무를 보여준다. 오딜 역을 맡은 이용정은 고난이도의 32회전을 여유 있게 소화했다. 문훈숙 단장은 “흑조의 32회전인 ‘푸에떼’는 불어로 ‘채찍’, ‘회초리로 때리다’라는 뜻이다. 한쪽 다리로 회초리처럼 휘어 감으면서 도는 동작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 동작은 기교와 함께 지구력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동작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의 하이라이트인 백조와 흑조의 군무는 보는 이의 눈동자 속에 곧 담길 것처럼 강한 흡입력을 지닌다. 짙은 검정의 흑조와 투명하리만치 흰 백조는 서로를 끌어안는 듯 파고들었다 해체됨을 반복한다. 흑백은 상대를 탐하고 때로는 서로의 색을 가진다. 권선징악의 대조를 그리지만, 결말의 구도에서 선과 악은 명료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선’의 상징인 오데트는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손으로 악마 로트바르트를 벌한다.

3월 12일의 공연에서는 특별히 흑조와 백조를 팡 멩잉, 이용정이 나누어 맡았다. 앞선 공연에서는 주역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의 1인 2역을 연기했다. 한 사람의 무용수가 선과 악을 한 번에 그려내며 인간 내면에 선악이 공존함을 암시한다. 문훈숙 단장은 “‘백조의 호수’는 어려운 작품이다. 한 발레리나가 백조가 가진 순수함과 비극적 사랑, 흑조의 도도하고 매혹적인 악역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제공_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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